[학교를 안 갔어51] 아프리카 봉사 활동

백은선 여행작가 | 기사입력 2018/08/27 [10:10]

[학교를 안 갔어51] 아프리카 봉사 활동

백은선 여행작가 | 입력 : 2018/08/27 [10:10]

우리는 지금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에 있다. 적도가 가로지르는 나라, 케냐! 그런데 어찌 된 게 춥구나. 그것도 많이! 아프리카이고 적도 부근이니 당연히 따뜻하거나 더울 것으로 생각한 아빠는 정말 당황스러웠어. 그리고 따뜻한 옷을 제대로 준비 못한 것이 너희에게 미안하구나. 나이로비 온도는 1년 내내 차이는 조금 있지만 기온은 최저 11도에서 최고 24도이고 해발이 1,700m가 넘어서인지 덥지 않고 오히려 춥다. 여행객이 아니고 여기에 산다면, 날씨는 아주 좋은 날씨처럼 느껴질 거야.

 

▲ 현지 학교에서 봉사활동과 함께 하는 놀이 

 

추워도 우리 삼부자가 질쏘냐? 당장 현지 적응에 나선다. 나이로비 대중교통인 마타투(Matatu) 미니버스를 타고, 버스 가격도 깎고 겁도 없이 시내 여기 돌아다니며 시장도 구경하고, 이발도 하고 현지음식도 먹고 은행도 갔지. 하지만 여전히 추워서 옷은 최대한 많이 껴입고 다녔단다. 매연도 장난 아니고 정말 사람들이 많더구나. 키가 큰 현지 젊은 청년들이 10여 명 마주 올 때는 아빠도 조금 무서웠단다. 다행히 너희는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전혀 없어서 두려움이나 무서움이 없는 듯하구나.

 

오늘은 케냐에 온 목적 중 하나인 선교활동 및 봉사 활동을 하러 가는 날. 우리가 종교는 없지만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이기도 하고, 너희들과 함께 봉사하는 삶에 대해 경험하고, 작지만 우리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위해서야. 오늘을 위해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깨끗한 옷과 문구류 그리고 여행하면서 구하거나 받은 가방, 담요, 칫솔, 수첩 등 선물들도 잘 챙겨서 현지 학생들을 위해 기증했어. 아침은 숙소에서 현지 쌀로 지은 실패한 밥으로 간단히 먹고 나왔지. 각 나라별 다양한 쌀로 밥을 잘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아.

 

15분 정도만 차로 이동했을 뿐인데 어제까지 돌아다닌 시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우리를 맞이했어. 키베라 슬럼지역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했지. 인도의 다라비 슬럼지역보다는 그나마 조금 나아 보이고, 온도가 높지 않으니 다행인 것처럼 보여. 눈으로 보다가 사진을 찍을까 했는데, 차마 미안해서 사진은 찍을 수가 없더구나. 삶의 팍팍함이 곧바로 전해져 왔지. 이렇게 힘들게 어떻게 사는지 마음이 아프고 슬프구나.

 

▲ 봉사활동 후 생각에 잠겨있는 승빈

 

해피케냐 프렌드 팀과 함께 빈민가의 국립 학교에 도착했어. 여기는 초등학교가 8학년제라 제법 큰 학생들도 있었지. 매주 일요일에 현지 학교에서 하는 활동으로 게임도 하고 찬송가도 한국어로 배우고 한국 노래도 가르치면서 선교 및 봉사 활동을 하는 거란다. 행사는 주로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진행했어. 영어도 잘하고 현지 스와힐리어도 잘하고 재능이 있어 보이더구나. 너희도 비슷한 학년들 틈에 끼여서 노래 배우는 시간에는 귀요미 송을 현지 친구들에게 열심히 알려 주고 춤도 함께 잘 따라 했어. 여러 행사를 더 진행한 후 참석한 학생과 가족들에게 옷과 비스킷을 한 명 한 명 정성으로 나눠 주고, 촉촉하면서도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듯한 눈망울을 보고 진심어린 대화도 건넸지.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 하루 보내세요!”

 

이런 활동을 통해서 그들과 교감 및 소통할 수 있어서 우리들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너희도 오늘 새삼 남을 배려하고 돕고 사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느꼈을 거라 생각해.

 

아들아! 항상 봉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해야 한단다. 봉사는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니고 나의 작은 몸짓과 관심으로부터 시작하는 거란다. 하지만 오늘 이곳 학생들이 느꼈을 것처럼 누구에게는 큰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해. 학교생활을 다시 시작하면 학교든 도서관이든 아니면 동네에서든 자원봉사를 습관화했으면 좋겠어. 자원봉사는 남을 위한 시간이기도 하지만, 너희 자신도 보람과 행복감을 느끼게 되어 건강한 정신도 얻을 수 있단다.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을 통하여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마음과 배려의 정신이 풍부해지기를 바라.

 

▲ 힘든 삶 속에서도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어린이들

 

봉사는 희생의 의미보다는 함께 행복하고 함께 즐거워지는 의미가 더 큰 것 같아.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너희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를 했는데 남도 함께 행복해졌다고 이해했으면 좋겠구나. 앞으로의 여행에서도 남을 배려하고 봉사하는 정신으로 잘해 보자!

 

아빠 조언: 항상 봉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해라.

아들 생각: 봉사 활동으로 오히려 저희가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원본 기사 보기:모르니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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