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가 세계 여행을 시작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야. 그동안 아프지 않고 잘 동행해 줘서 너희들에게 고맙구나. 지금은 오스트리아 일정을 마치고 슬로바키아 수도인 브라티슬라바에 와 있다. 슬로바키아는 공산주의 국가 중 최고의 생활수준과 높은 문화를 가진 융성한 공업국가였고, 한국과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란다.
유럽 강대국들의 식민지를 거치면서도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독립운동을 하여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이 되었고,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 1993년에 현재의 슬로바키아 공화국으로 독립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지. 힘든 역사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이런 나라에서 우리의 100일을 맞으니 이것 또한 동질감과 함께 의미 있게 다가오는구나.
우리의 세계 여행 100일 기념으로 삼부자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 싶어서 오늘은 텐트가 아닌 호텔에서 숙박하고 식사도 아빠 음식이 아닌 고급 레스토랑에서 하려고 해. 아들아! 살아가면서 힘들 때나 또는 기분 좋을 때는 특별한 기념일을 만들어서 그 하루를 자축하고 만끽하며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 삶에 때론 큰 활력소가 될 수 있단다.
우리 삶은 항상 똑같지 않고 매일매일 달라지고 어떤 날은 힘들 수도 있는데, 그때 나 혼자만을 위하거나 가족, 친구와 함께할 수 있는 특별하거나 재미있는 기념일을 만들어 시간을 보낸다면 분명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 확신해. 그래서 오늘은 좋은 곳에서 자고 맛있는 것도 먹고 목욕도 하면서 고생한 우리들 스스로에게 상을 주려고 해!
“아빠! 오늘은 어디 캠핑장으로 가요?”
“응, 시내 캠핑장으로….”
“이렇게 도시 한가운데에 캠핑장이 있어요?”
“음, 있지. 근데… 오늘은 호텔에서 잘 거야!”
“엄마 오시는 거예요?” (엄마와 함께할 때는 주로 호텔에 머물다 보니)
“아니, 오늘은 우리 여행 100일을 맞아서 우리들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 마음껏 즐겨 보려고!”
“그럼 텐트도 안 쳐도 되고, 설거지도 안 해도 되는 거예요?”
“당연하지!”
“오! 예~~ 아빠 최고!”
너희들은 좋다고 차 안에서 큰 소리로 소리치며 뛰고 구르며 난리법석이었지. 근데 이 도시는 오늘 행사들이 많은지 방도 별로 없고 가격도 싸지 않고 특히나 대부분 20유로나 되는 주차비가 별도여서 마음에 드는 호텔을 찾기란 꽤 어려웠단다. 다행히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작지만 유명한 와인레스토랑이 있는 Matysak Hotel에 다양한 방법으로 할인을 받아서 무료 주차와 조식 포함으로 100유로에 입실 성공! 꼭대기 층의 가장 좋은 방으로 특히 욕조가 있는 큰 룸이라 너희들은 오랜만에 거품목욕을 하며 장난도 치면서 그간 쌓였던 여행의 피로를 확실히 해소할 수 있었지.
우리는 서유럽 도시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브라티슬라바의 구시가지 중앙광장, 미카엘 탑문, 도나우 강변, 시청사, 교회, 성당 등 여기저기를 걸어서 구경하고 다시 흘라브네 광장으로 돌아와 일식레스토랑에서 100일 기념 저녁 만찬을 즐겼어. 이제까지 했던 식사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지불했지만, 대형 초밥세트와 일본 라멘 등은 우리의 정신마저 황홀하게 만들었지. 너희들은 그 큰 초밥세트를 하나 더 먹자고 했지만, 나중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남겨두고 나왔단다. 그리고 브라티슬라바의 명물로 유명한 다양한 동상 찾기 놀이 및 여러 가지 표정으로 사진도 찍으며 땀나도록 뛰어다녔지.
아빠 조언: 스스로 기념일을 만들어 자축하고 만끽해라! 아들 생각: 그럼 매일매일이 행복한 기념일인데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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