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로 몰린 기자들의 운명은?

데스크칼럼 ‘희망포럼’·‘재외동포신문’·‘여의도통신’에게 호소합니다

이준희 기자 | 기사입력 2007/02/23 [14:45]

빚쟁이로 몰린 기자들의 운명은?

데스크칼럼 ‘희망포럼’·‘재외동포신문’·‘여의도통신’에게 호소합니다

이준희 기자 | 입력 : 2007/02/23 [14:45]
제대로 된 기자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디에 적당히 죽치고 앉아서 담합이나 하고, 보도자료를 가공해 기사나 쓰는' 그런 기자 말고, 발품을 팔고, 현장에 밀착하고, 탐사정신이 묻어나는 그런 폼 나는 기사를 쓰는 일은 더욱 그렇습니다. 

수개월째 변변한 취재 한 번 못하고, 위기에 처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아직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노조위원장인 저는 경영진이 부재한 속에서 여러 가지 일과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빚처리입니다. 제가 사주가 아니기에 돈을 끌어올 수도 없고, 회사에 있는 돈(남아있는 돈도 없지만)을 이렇게 저렇게 사용하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현재 직원들의 지난해 11·12월, 올해 1월 급여가 체불되어 있습니다. 2월 급여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고요. 각종 세금 체납과 거래처 미지급금 등 5억여원에 달하는 채무가 있습니다. 이형모 전 사장 퇴사 이후 부채는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기자들에게는 국회나 청와대 출입처에서 부스사용비나 등록기자비를 내라고 아우성입니다. 퇴사한 전 직원들은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서 노동청에 진정을 했습니다. 경영진이 없는 상황에서 책임은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떠넘겨지고 있습니다. 남은 직원이 사용자라며 서울지방노동청은 직원들을 형사입건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시민의신문> 인쇄비 및 신문용지 대금도 3,800만원이 미지급되어 있습니다. 어제는 (주)한국신문제작에서 찾아와 미지급금 상환을 요구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들도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더군요. 그런데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법적 절차를 진행하시라"는 말 이외에는 그 분들에게 1만원 한 장도 갚아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신용카드 회사에서도 법인카드 사용금액을 입금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가 왔습니다. 이런 빚쟁이들의 얘기는 거의 노조위원장인 저에게 전달됩니다. 기가 찰 노릇입니다. 수개월째 급여도 없이 근근이 버티고 있는 기자들과 직원들에게 엄청난 채무 압박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후배 기자 한 명이 "설도 있고, 여러 사정이 있어서 먼저 간다"고 보고해 왔습니다. 고향이 강원도인 후배 기자에게 차비라도 쥐어 줘야 하는데 회사에는 돈이 없습니다. 어쩌다가 기자들에게 한 푼이라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여기저기서 각계의 온정이 조금씩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너무나 고맙습니다. 이들의 정성도 <시민의신문>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지만 <시민의신문>은 이형모 전 사장 재임 기간 동안, <희망포럼>을 설립했고, 그곳에 1억여 원이 가까운 돈을 대여해 주었습니다. <여의도통신>에도 대여한 돈도 2억여원이나 됩니다. 그런데 그 두 곳 모두, 대여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형모 전 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재외동포신문>도 아직 <시민의신문>에 갚아야 할 돈이 1천여 만원 가량 있습니다.

그들이 빌려간 대여금이 바로 현재 <시민의신문> 부채의 근본 원인입니다. 그 부채 때문에 시민의신문 직원들은 큰 고통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추구하는 <희망포럼>이 언론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외면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국회전문 정론지를 추구하는 <여의도통신>이 <시민의신문> 기자들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서 "우리는 돈을 빌리지 않았다. 시민의신문이 그냥 투자한 것이다"고 주장해서는 안 됩니다.

수억원의 돈을 가져다 쓰고는 <시민의신문>이 어렵고 고통 받으니 '그냥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됩니다. <희망포럼>, <재외동포신문>, <여의도통신>에 촉구합니다. "<시민의신문>이 키운 당신들, 이제 <시민의신문>에서 가져간 것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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