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신문, 역사는 계속된다”

[온라인 칼럼] 편집권독립 투쟁 중인 최문주 시민의신문 기자

최문주 <시민의신문>기자 | 기사입력 2007/02/14 [18:25]

“시민의신문, 역사는 계속된다”

[온라인 칼럼] 편집권독립 투쟁 중인 최문주 시민의신문 기자

최문주 <시민의신문>기자 | 입력 : 2007/02/14 [18:25]
▲최문주 <시민의신문>기자 
지난해 12월 14일. 시민의신문 주주총회장. 성추행이란 불명예로 스스로 시민의신문 대표이사직을 사퇴한 분이 3개월 만에 최대 주주라는 이름으로 돌연 나타났다. 그리고는 “나는 부끄러운 일 한 적 없다”며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고 나섰다. 대동한 그의 부인은 “직원들이 음모로 사장을 내몰았다”고 거짓 사실을 주장했다. 이날 현장에는 많은 인터넷 매체 기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이형모 전 사장의 발언과 행동을 꼼꼼히 목격하고 기록했다.  

한 인터넷 매체는 현장에서 이 전 사장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통해 이 전 사장은 “부끄러운 일 한 적 없다, 할 말이 많지만 피해자의 인권을 감안해 침묵하고 있다”며 “1월 중 내 입장을 밝히는 인터뷰를 하겠다”고 말했다.

약속했던 ‘1월 인터뷰’는 이루어진 것 같지 않다. 대신 시민의신문 직원들에게 1억8천만원의 손배소 소장이 날라들었다. 이 전 사장이 편집국장과 기자, 노조위원장 등 직원 6명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 소다.

이 전 사장이 기자와 직원들에게 손배소를 제기한 주요 이유는 시민의신문이 주총 이후 이 전 사장의 성추행 사건의 전말을 보도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소장을 통해 “성희롱 피해자와 합의를 해서 더 이상 거론할 여지가 없는 종결된 일”을 “시민의신문 직원들이 보복성으로 보도해 자신의 명예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혔다”다고 주장했다.

 부끄러운 일 한적 없다?
성희롱으로 자진사퇴하고,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며 본인이 성희롱 사실을 시인하면서까지, 이 전 사장은 더 이상 어떤 명예를 찾겠다고 자신이 데리고 있던 기자와 직원들을 상대로 법정 다툼까지 벌이겠다는 걸까.

시민의신문 직원들은 이 전 사장이 성추행으로 자진사퇴한 후 진심으로 반성의 시간을 갖길 기대했다. 스스로 뼈아픈 숙고의 시간을 통해 최소한 공인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리라 믿었다. 그러나 이런 상식 수준의 믿음을 가졌다는 것부터 자책해야 할 지경이 되었다. 

이형모 전 사장이 주총장에 나타나 성희롱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이러한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퍼지면서, 시민의신문 기자와 직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 전혀 다른 왜곡된 사실이 이 전 사장의 발언으로 일파만파 퍼지고 있었다. 또한 외부 매체들은 시민의신문에 계속해서 물어왔다. 성추행 사실의 전모가 대체 무엇이냐고.

이 전 사장의 발언 앞에서 진실은 아예 실종될 위기에 처했다.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시민의신문으로서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여기서 침묵한다면 시민의신문의 존재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손배소가 제기됐으니 시민의신문 보도에 대한 판단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시민의신문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보도 취지에 대해서 주주총회 당일 현장에 함께 있던 인터넷 매체 기자들이 누구보다 잘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최근 ‘시사저널 사태’로 시민사회와 언론계가 들썩이고 있다. 또 한편으로 시민의신문 사태에 대해서는 애써 침묵하는 인사들도 있는 것 같다. 시민의신문 매체의 규모나 영향력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민의신문 사태’와 ‘시사저널 사태’의 근본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사저널이나  시민의신문 기자들 모두 기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시민의신문 사태를 이렇게 극단으로 몰아간 것은 바로 명백한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려는 시도, 매체를 사유화 하려는 그칠 줄 모르는 사욕, 인적· 물적 관계 속에서 기본 원칙을 잃은 시민사회의 무력함이다.

“기자들 손을 잡아 주세요”
오늘(6일) 시민사회단체 대표 인사들로 구성된 시민의신문 이사회가 총사퇴 입장을 밝혔다. 시민의신문 사태 수습을 위해 “더 이상 이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사퇴의 변이다. 그러나 시민의신문 기자와 직원들은 오늘 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남았다고.

앞으로 시민의신문이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시민의신문은 특정 대주주나 일부 시민사회 인사의 신문이 아니라 시민의신문을 아끼고 도와주는 독자와 소액주주,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신문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매체 기자들이 우리가 만들어가는 시민의신문 역사의 산 증인이 되어 주길 바란다. 시민의신문을 지켜봐 주시고, 새로운 여론형성에도 힘을 주시길 부탁드린다. 누구보다 먼저 시민의신문 기자들의 손을 잡아주시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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